불사조라니, 이런 은하계 악당으로부터 지구를 막는 특촬물 시리즈에서나 나올법한 닉을 지은 나의 이 뇌주름을 박박 긁고 싶은 심정이지만 어쨌든간 나에게 있어서 라울은 불사조다. 롤플레잉 게임에서 보통 피닉스라고 좀 더 세련되게 불려지는 불사조의 전설이란 불멸과 재생이라는 모티브에서 따온것인데, 보통 죽을때는 둥지를 틀어서 세상과의 바이바이~했다가 다시 그자리에서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는거다. 물론 이런걸 믿지는 않지만 남자에게 있어서 이런건 로망이라고 말할 수 도 있겠다. 뭔가 불타오른단 이말이지.
이야기가 옆으로 갔지만 라울이 왜 불사조냐라고 묻는다면 그 질문에 대답하기 앞서 이런말은 분명히 해줄수 있다. 아니, 어딘가에 등장하는 붉은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말해주겠다.
너, 바보?
농담이 약간 심했다고치고 들어가는거지만 라울은 정말 불사조가 맞다. 말그대로 라울의 심장은 레알에서 태어났고 앞으로도 레알을 위해 살아갈꺼니까. 필드위에서 뛰다 사라져간, 그리고 한 클럽을 위해 뛰다 사라져간 수많은 레전드들과 같이 라울은 레알을 위해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살꺼라는 말이지. 하지만 라울이 레알에서 은퇴하는 날 그는 그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그 자리, 바로 레알 마드리드에서 또 부활할 것이다. 왜냐?
라울은 불사조거든.
라울을 바라보는 시각들에 대해서 나는 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은근한 분노감을 느낄때가 많다. 라울이라는 살아있는 전설을 바라볼때 이것은 내 개인의 생각일 뿐이지만, 그를 레전드라는 시각으로 바라봐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거같다. 이런걸 보고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하던데, 누군지는 몰라도 정말 잘 만들어냈단말야.
라울이 가졌던 별명, 엘니뇨라는 이미지가 강해서인지는 몰라도 라울에게는 늘상 초복에 뛰다니는 닭들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어린 선수들과 같은 잣대를 들이민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라울에게는 '나이'란 무의미한 잣대가 되어버렸지만 우스운건, 그가 못한다고 빼버려야한다는 말이 나올때만 '나이'때문이라는 논리를 갖다 붙인다는거다. 뭐냐, 이 넌센스는.
사실 이런 넌센스한 시각을 갖게된데에는 언론들의 잘못이 크다. 뭐, 섬나라의 옹들은 바다건너 반도국가에서 찬양해주는데, 이베리아 반도에 있는 레전드들중
유독 라울에게는 관심이 없다 이말이지. 골과 화려한 개인기가 축구의 모든것이라고, 갈락티코가 레알의 모든것이라고 치부해버리는 일회적인 경향따위 집어치워줬으면 좋겠다. 골과 개인기가 축구의 모든것이니? 갈락티코가 레알의 모든것이니?
화려한 플레이보다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보여주는 플레이가 더욱 아름답다고, 갈락티코보다 레알의 정신을 계승하는 자야말로 레알의 진면목이라 생각하는 나의 이 생각이 어디가 잘못되었나, 이리저리 살펴보지만 어딜봐도 잘못된 부분은 '없다' 이말이지.
어느 선수가 데뷔하고 팔팔한 기운을 피치위에서 쏟아붓고 어느덧 레전드가 되어갈때, 그 선수를 바라보는 시각이란 결과보다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라고 말해도 아무도 듣지 않겠지만. 어쨋든 레전드들이 보여주는 하나하나의 움직임은 정말 아름답다. 아, 저것이 저 선수가 걸어왔던 길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경외하게되는 그것이 바로 레전드이고 레알 마드리드의 라울이라는 선수다.
잘생긴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와줘서, 정말 고맙고 카카의 얼굴을 보면서 내심 뿌듯해지는 나이기도 하지만 라울과는 다르다. 라울은 말 그대로 레알 마드리드의 정신을 가진 선수로서 이런 선수가 없어지게 되면 레알 마드리드는 그 정체성을 잃기 시작한다. 거함일수록 구심점과 상징이 필요한 것이다. 산타마리아호에서 산타복입은 마리아라는 미소녀의 선두 장식물이 떨어지면 땀냄새 풍기는 선원 아저씨들이 '안돼!'라며 울부짖는것과 비슷하다 이말이지.
이러나 저러나 이 두서없는 글의 요지란, 라울에게 레전드로서의 예우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가지더 덧붙이자면 라울이 다음 시즌에서 순순히 주전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어차피 초공격적인 선수들만 온 상황에서 그들의 폭발적인 운동량을 연결해주려면 엄청난양의 활동량을 가지고 있고, 여러가지 기본적인 센스를 가진 선수가 필요하기 마련인데 이에대한 적임자는 라울과 진화할 이과인 둘뿐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상황적인 것으로 보나 라울 하나만을 바라보나 라울은 결코 쉽게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피치위에서 우리에게 보여주겠지. 왜냐.
라울은 불사조니까.
내가 말해놓고도 닭살돋네. 미안하다 나의 피부들아.